뭘 그렇게 열심히 살려고 했는지, 뭘 그렇게 고민했는지..
그냥 살면되지.. 열심히 적어놨지만 들여다 본적도 없네..

정리

묵어놓았던 방정리를 했다. 큰아이들의 짐이 들어오고 나가고, 캠핑을 다녀오라나 왔다갔다하고 여러 집안의 대소사 속에 알게 모르게 나의 방은 뭔가로 쌓여져 갔다. 집을 내놓을 생각을 하니 이번에는 과감하게 안 썼던 물건들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지난번에도 한번 정리를 해서 그런지 그닥 안쓰는물건을 모아놓은건 없다. 그러나 눈에 뜨는게 나의 노트 북들이다. 참 다양하게도 많다. 나의 마음의 한풀이를 적어놓은것,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심하게 적은글, 야심차게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한 것들, 외워야하는 단어들, 뭔가 생각나서 또 다른곳에 적어놓은것들.. 잠깐들 들춰보면 그림도 있고 그때 마다 들었던 나의 생각들이 적혀있다. 참 부지런히도 적으면서 사는구나 싶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는지, 그냥 물 흘러가듯이 살면되지 뭘 그렇게 안달 복달하면서 살려고 했는지 하는 마음도 든다. 대충 재미있게 그날의 하루를 살아도 그 하루이고 뭔가 나의 계획대로 하나씩 할려고 애를 써도 그 하루인데.. 쌓여있는 노트와 노트아래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보니 열심히 살려고 하는 내가 대견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무당이 되어서도 이런 나의 습관은 변하지않았다. 점을 보기시작한 초창기는 나의 미래를 몇번을 점을 봤다. 1월에는 어떻게 될까? 2월은 어떻게 될까, 이번일은 어떻게 될까.,수도없이 반복해서 점을 봤다. 그러니 이런 내용을 다 노트 북에서 적기도 하고 화경이 보이면 그려놓기도 했다. 이런저런것을 여기다 적고 저기다 적다보니 내 노트북들은 참 다양해졌다.

메모의 역사

예전에는 이런 나의 노트북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쓰고 있는것은 늘 앞으로 해야되는 계획들과 아이들 학교나 병원 약속들이였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의 순간의 생각들을 적기 시작했다. 누가 딱히 대상이 있는건 아닌데 나의 생각을 주절주절 쓴것 같다. 이런 습관은 실상 어렸을때 부터 있어서 그당시 알림장이나 그냥 공책에다가 나의 생각을 고백 성사처럼 써내려갔다. 그런 고백성사 같은 나의 메모를 나와 친한 단짝 친구 나 몰래 봤다. 그리고 그 내용을 그 다음날 우리반 아이들에게 부지런히 전화를 해 알렸다. 그 결과 나는 한동안 학급에서 왕따가 됬고 아이들이 다들 몰려와 나에게 나의 메모에관해 조곤조곤 따져물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 사건이 나에게 큰 트라우마가 되어 나와 글쓰기를 멀어지게 한 이유중 한가지였다. 그 이후 한동안 난 어떤 남겨지는 텍스트로 나의 생각을 적기를 두려워했다. 이런 초등학교의 기억이후 고등학교였을때 였다. 그때 집안이 너무 어수선하고 사춘기의 예민함과 지금보면 신기와 함께 내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것 같다. 그때 아무생각없이 또 어지러진 지면지에 친구들간의 관계를 적었던 기억이 있다. 이걸 방청소하다 엄마가 발견하고 또 나에게 본인이 뭔가를 다 안다는듯이 말을 했다. ” 너 요즘 이런거 다 알아.. ” 그때의 정말 더러운 기분은 지금도 생각하면 꼭 똥물을 뒤집어쓴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뭔가 남에게 말하고 싶지않은것을 그것도 꼭 단 한사람이 알지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나의 약점을 가지고 비아냥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두사건 이후로 나는 나의 생각의 메모를 중단했다. 숙제, 그리고 해야되는 투두리스트 , 중요한 날짜 외에는 나의 생각을 다시는 절대로 텍스트화 하지않았다.

나이의 힘

나이 먹는다는것은 어떤면에서 자연스러운 힘을 길러준다. 세상에 대한 갑빠를 길러준다고 할까? 우연히 한국지역사회 신문에서 문학상 광고를 봤다. 어! 상금액수가 아주 맘에 들었다. 그때 다로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지않으터라.. ” 아니 놀면 뭐해, 이거라도 해서 반찬값 벌어야지..” 상금에 눈도 멀고 내 마음 저 구석 나도 꺼내보지 않도록 뭍어둔 ” 글쓰기” 의 마음과 함께 지원을 했다. 한동안 글이나 메모를 전혀 적지않고있다가 상금의 금액과 그동안 쌓여있던 나의 갈증이랄까? 꽉 묵혀놨던것들이 올라옴이랄까 ..뭐 이런것들이 다 함께 해서 응모를 한것 같다. 나의 눈길을 잡았던 금액의 대상은 못 탔지만 수필 분야의 최우수상을 탔다.그때의 기분은 뭐라고 설명이 안된다. 로또를 맞은 기분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나의 글쓰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쪽으로 한 걸음 내딛은 듯하다.

상을 탄사람은 자연스럽게 씨애틀 문인협회에 등록이 된고 정기적으로 글쓰는공부의 모임에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이 트라우마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도저히 극복이 되지않았다. 물론 그때 나의 빠듯한 생활에 일주일에 하루에 몇시간씩 글공부하는데 투자를 할수없는 처지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때부터 조금씩 내 마음에 쓴다는것에 대한 욕망이 나의 트라우마를 넘어서게 된것 같다. 또한 남이 보며어떻게 할까라는 두려움이 나이를 먹어감의 맷집에서 ” 보면 어쩔꺼야?” 라고 바뀌어져갔다.

나의 생각의 천대

여러가지 이유로 ,내 생각이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것 같다. 그저 억울함만이 있었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할수있는데, 또는 누군가의 책을 보면, 나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저사람은 책을 냈네.. 나도 그만치는 생각할수있는데..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부러워했다. 뭔가 나랑은 한차원 높은 사람들같고, 나는 언제나 이런 사람들처럼 될까 하고 막연하게 나의 생각들을 하찮게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참 이중적이다. 나의 아이디어나 나의 생각이 알려지지 않으면 속상하고 무시당한 느낌이 들면서 , 또 정작 쉽게 남과 비교하면서 무작정 나의 생각을 뒷전으로 밀어넣었다.

다시 나의 생각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떤 사고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적어도 나는 알아야되지않을까.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하는지 적어도 나는 알아야되는것 같다. 반백년 넘게 살고도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른다는것은 아무 생각을 안하고 산거나 마찬가지일거다. 쉽게 말해서 막산거다.

막산게 다른거일까?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를 알지못하고 그저 환경에 주변의 상황에 반응들만 하고 산거다. 뜨거우면 뜨겁다고 하고 차가우면 차갑다고 하고 , 기분나쁘면 기분 나쁘다고 하고.. 왜 나의 생각을 이렇게 들어내기가 힘들었던걸까..

어떤 옛 철학자가 말한 대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생각이라는걸 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 생각을 하고 생각이 나를 만들고 그 생각이 아이디어고 그 생각으로 나의 하루를 만들어가지.. 그런 나의 생각들을 나는 이런 저런 모양의 노트북에 갈겨 쓰기도 하고 그려놓기도 한다. 그런데 왜 난 이런것들이 소중하다고 각을 안했지.. 그리고 왜 이런 생각들을 다 흘려보내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놓을 생각을 안하고 그냥 늘 당연히 나오는것 처럼 생각해 줄줄 흘려보내는것 같았다.

독서와 나의 생각

독서를 강조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한국에서는 20대층이 독서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독서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의 생각의 폭을 넓히고 정보를 얻기위해서 일거다. 즉 , 독서는 책의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만나고 아는것이다. 같은 여행 책이라도 작가에 따라 같은 장소를 소개하는 방법과 맛이 다르다. 생각이 다르고 시각이 다르기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굳이 돈을 주면서 사서 보고, 또는 품을 팔아서 도서관에가서 빌려보면서, 나는 나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투자를 하는가? 관심을 같는가? 갑자기 그동안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제일 먼저 아주 심하게 하찮게 여겼구나 싶다. 이게 뭔 행동이지, 자기 학대인것도 아니고, 안알아주면 섭섭해하면서, 정작 본인은 귀중하게 여기지도 않고.

바뀐 태도

그런데 이제 이런나의 생각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노트옆에 쌓여있는 책들을 본다. 예전엔 이런 책들이 나의 이런 일상의 노트들보다 훨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상 비교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가 봐야하는 책보다 여기저기 적어놓은 나의 노트북들이 더 소중하다. 쌓여져 있는 책들은 없어지면 다른곳에서 구입할수있지만 내 노트 북들에 씌여있는 글귀나 나의 생각들은 세상 어느곳에서도 구할수없는 글귀들이고 생각들이다. 나에게 어떤게 더 귀한가?

쌓여있는 제각기의 노트를 본다. 너무 귀하다. 문득문득 스치는 순간들에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나씩 열어보고 매듭을 이어야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따로 따로 파는 굴비보다 굴비들을 꿰어서 파는 굴비가 웬지 한 좋아보이고 맛도 좋을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 노트 속에 적혀있는 나의 생각들이 그러지 않을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라고 적어만 놓고 소중히 여겨 꿰지않으면 보석이 아니겠구나 하는 염려가 된다.

내 생각의 소중함

난 나의 소중함을 배워간다. 아.. 넌 참 생각이 많은 사람이구나.. 아.. 넌 참 물건을 아껴쓰는구는구나.. 나의 책상 정리를 하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든다. 아..넌 정말 읽는걸 좋아하는구나. 여기저기 읽을거리고 꽉 차있었다. 아.. 너는 정말 살림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구나. 🤣😂🥰😅😆

여행가서 중고집에들려서 산 책들도 보고 그 책을 왜 골랐는지에 대한 기억도 더듬는다. 이제는 그 책의 내용보다 내가 왜 이책을 골랐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 책을 산 목적과 내가 뭐를 궁금해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책의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진다. 그소리가 그소리리지 뭐..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것을 알기 위해 책을 고른게 더 중요한거였다.

지금부터 돈들여 품들여 구해온 다른 이들의 책들처럼 나의 묵혀놓은 노트북들을 다시 들춰본다. 무슨 생각들을 적어놧을까?

하나씩 , 나의 사고의 미로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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