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이후에 15년만에 여행이다.
아이 아빠, 남편이 나의 연인으로 ..
가족여행에서 연인의 여행으로 …
바쁜 일상
하루가 어떻게 눈 두번 깜박거리면 지나갈수있을까 싶다. 이사 준비, 아이들의 학교 문제, 큰 딸의 운전 연습, 그리고 일과 공동체 일들 및 식사준비… 한달전에 미리 숙소와 배편만 예약해둔 남편과의 여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여행가는곳이 뭐가 유명한지 뭘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호텔주소와 페리 주소만 있다. 여행가기전에 아이들 이 이틀동안 먹을것을 준비한다. 불고기를 무쳐놓고, 코스코에서 잔뜩 장을 봐 냉장고에 쟁여놨다. 적어도 이정도면 우리가 없는 3일동안에 굶지는 않겠지. 큰 녀석들은 사실 걱정이 없는데 막둥이가 맘이 쓰인다. 목마르고 배고프다는 표현이 서투른데, 큰 형누나가 잘 챙겨줄지 .. 한놈씩 불러서 하나씩 이야기를 해주는데 왜 이렇게 맘이 놓이지않는지..
막둥이를 데리고 가야하나…
마지막 시동을 걸고 집 밖을 나오는 순간까지 결정을 못했다. 나와 같은 마음인지 남편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순간까지 막둥이한테 물어봤다고 한다.
” 아빠랑 갈래?”
늙은 아빠 엄마 보다는 그래도 뭔가 재미있고 쿨한걸 많이 하는 큰형들과 누나랑 모처럼의 자유시간을 같는것이 좋았는지, 안가겟다고 했단다.
새로움
출발 하는 30분전까지도 정신이 없었다. 밤새 잠을 못자 눈꺼풀은 내려앉고 머리는 멍했다. 가면서 잠시 들려 아침을 먹는데, 신기했다. 우리 둘이네. 이제 모든 메뉴와 모든 것들이 우리 둘만을 위해서만 하면됬다. 편하기도 하면서 새로웠다. 결혼하는 순간 각자가 데리고온 식구들이 많았다. 나는 세아이, 남편도 두아이와 연결된 사람들.. 결혼해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대 여섯이였고 다섯 아이로 내려간적이 없었다. 또한 한국에서 또는 미국안에서 신경써야되는 사람들이 종종 집으로 방문을 했고 , 신혼(?) 초에는 우리집이 탈북민들의 친정집과 같아서 늘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 이후에는 우리 루비의 생명줄을 붙잡는데 10년 세월을 살았다. 이 10년동안은 남편과 나는 ” 루비부모” 로 살았다. 우리가 먹는건 “버티기”위해서 우리가 잠시 자는건 ” 보충”를 하기위해서 였다. 취향과 성향를 찾아 뭘 한다는건 사치였다. 무조건 살아남아야했으니까.
아침을 먹는것도 간단한 커피를 사는것도 남편과 나만 생각하면되니 기분이 묘했다. 남편이 이렇게 깔끔한 사람이었는지 처음 알았다. 남편은 가는 곳곳마다 뭘 먹을때면 늘 손을 닦고 지저분한걸 싫어했다.

처음으로 둘이 그래도 ” 외국” 를 가는 여행이니 은근 설렌다. 지난번 폴스보와 루비 비치 여행은 전쟁을 치루고 난 병사들의 위로의 마음이였다고 할까.. 흠씬 뚜뜨려맞은 복싱선수들이 게임을 마치고 서로 부등켜앉는 모습이랄까.. 여행이었지만, 슬펐다. 여행을 기뻐하기엔 루비천사에게 너무 미안했다.
전환
이번여행은 좀 다르다. 뭔가 설레임과 궁금함이 생겼다고 할까? 어느덧 나는 남편에게 친구처럼 말을 한다. 남편도 평소와 다르게 새로운것에 대한 궁금함이 긴장감을 앞섰다. 포트앤젤스에서 캐나나 빅토리아로 가는 배에 올라 바다를 보니 마음의 장막이 풀린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파란하늘, 우리 루비.. 이제 아픈 맘보다 편안함이 느껴진다.
숙소를 교통과 인접거리가 도보로 되는 호스텔로 잡앗는데, 불편함은 있었지만 남편과 내가 다시 대학생으로 된 기분이 되게 해주었다. 호스텔에서 만나는 젊은이의 모습에서 나의 20대를 보고 청년의 모습에서 남편의 20대을 상상해볼수있었다.

여행동안 자연스럽게 남편이 좋아하는것, 내가 좋아하는것이 잘 어울려졌다. 남편은 광활한 자연을 경험하는걸 좋아하고 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등 이쁜거? 를 보는걸 좋아했다. 남편은 경비행기를 타고 섬 전체를 보고 ( 난 이때 비행기타는 남편을 사진 찍겠다고 엉뚱한 비행기앞에서 계속 기다렸다. ) , 난 로컬 에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보고 다녓다. ( 이때 남편은 밖에서 기다렸다.)
연인
여행 내내 우린 연인이 되었다. 처음 마셔보는 칵테일과 영화속에서 들었다 모히또를 마셨다. 시내를 손을 잡고 걸었고, 이길인지 저길인지를 헤매일때,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주차장에서 죽일듯이 싸울때는 피끓는 20대로 돌아간것 같았다. 여행중의 불편함은 짜증이 아니라 웃음이 되었다. 15년동안 알던 남편과 아이들 아빠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사귀는 남자친구같았다.

” 너 참 착하면서 이상하게 깔끔하구나..”
남편도 내가 향수를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다고 한다. 결혼하자 마자 임신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향수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니 내가 향수를 좋아하는지 전혀몰랐다.
걷다가 우연히 쇼윈도우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본다. 어색하다.

” 이게 나야?”
” 어, 얼마나 이뻐!”
와인통처럼 동글해진 나의 모습이 너무 어색하다. 이제 내가 보인다. 아.. 이렇게 살앗구나.. 이런 모습이 남편은 이쁘단다. 윗머리가 숭덩숭덩 빠지고 똥그랗게 뱃살이 나온 남편의 모습도 보인다. 세월따라 변한 외모안에 해맑게 웃는 영혼이 보인다.
” 너두 참 맑고 이쁘네..”
지난 순간들이 머리에 스친다. 악다구니를 쓰기도 하고 위기의 순간에 서로의 손을 잡기도 하고 ,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나를 뒤에서 앉아 진정시키고 , 동굴로 숨어드는 남편을 꺼내오기도 하고.. 세상에게 나는 화를 서로에게 토해내기도 하고.. 우리 그렇게 살았네..
혼자 비행기를 타고 해맑게 들어오는 남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그래, 그렇게만 하고 살자..이제..
한창 “우리” 에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말한다.
” 애들한테 전화해봐.. 유진이 밥 먹이라고..”
아!, 우리한테 애들이 있었지..
이번 이 짧은 여행은 신혼여행보다 더 기억에 남을것 같다. 신혼여행은 새로운 시작을 하는 때에 가서 그런지 설 익은 과일같았다고 할까?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함이 있었다. 반면에 이번여행은 서로에게 주는 선물같은 여행이었다. 남편이 좋아하고 웃는 모습이 기뻣다. 만두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다섯개 나온 만두를 자기가 이미 세개를 먹었다고 작은 거짓말을 해서 내가 더 먹게하는 애인같은 남편..이런 남편을 이번 여행속에서 만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 였나봐.. 너 아니면 안되었을것 같다. “
” 나도..”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 나의 혼잣말에 남편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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