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을 결정한 후 마음은 망망대해에 삽자루 하나 든 기분이 든다.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해야되는건지. 짜여진것은 없고 모든걸 짜야하니, 자유의 부담스러움이 이런게 아닐까.
자유의 부담스러움
홈스쿨링이 시작됬다. 어디서 부터 해야되는가. 딱히 컬리큘럼도 없고 ( 이제 찾아야지) 하루의 일과를 어떻게 해야되는지 걱정이 앞선다. 캠핑과 달리 집안에서는그동안 살아온 생활의 습관이 있는데 그걸 극복할수있는지. 머리뒤와 어깨가 묵직하다. 가장 걱정이 되는것은 남편이다. 이 사람이 과연 홈스쿨링의 의미를 잘 알까..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우리의 시간표를 하나씩 만들어가는건데, 왜 이렇게 부담스러울까. 누군가가 와서 대신 다 해주었으면 좋겠다. ” Freedom is not free.” 워싱톤 디씨의 국립공원 묘지에 적혀있는 말이 문득 스친다. 그래 자유가 쉽나..
작은거 부터
작은거 부터 하나씩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홈스쿨링의 원칙과 비전이랄까, 우선순위를 정해놔야할듯하다. 어떤것을 배워야하는지 어떤것을 우선시해야되는지를 적어놓고 시작은 해야되지않을까. 우선, 내가 하는 가정일에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의 가정일이 화학, 생물, 수학의 개념으로 이루어졌다.
요리
짜장을 만들기로 했다. 한동안 장을 보지않아서 집에는 가장 기초적인 재료들만 있다. 감자몇알, 양파, 이웃할머니가 나눠주신 호박들과 그린빈들. 이런 재료를 다 쓸수있는것이 짜장이다. 사실 딴지와 유진이는 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색이 까만것도 그렇고 야채가 잔뜩들어가서 그런지 짜장면 안 좋아하는 아이들없다는 국룰을 깨는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딴지와 짜장을 만들기로 한다.
컴퓨터 게임에 열공이신 아이에게 10분의 여유를 주고 바로 앞치마로 갈아입고 하자고 하니 예상한 반응이다. 앞치마도 제대로 입지않고 징징 거리는 사람 진을 빼는 과정을 한다. 습관이 아닐까 한다.
” 감정을 먼저 앞세우지말고 이성으로 생각을 해봐. 우리 홈스쿨링해야되는데 계속 게임을 할거야?”

약간의 반항후에 제대로 앞치마를 입고 나선다. 감자껍질을 벗기는 방법을 보여주고 벗기라 했다. 또한 벗긴 감자를 씻고 자르고, 다른 재로도 자르고 볶기를 시작했다. 삼겹살을 잘게 잘라서 그걸 기름을 내고 그 기름으로 재료를 볶고 볶은 재료에 닭 국물을 넣고 끓이고 그리고 소스를 넣고 …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제법 따라한다.
쉬운것 부터, 과정이 중요한데..
꼬맹이 유진에게 호박을 주고 속을 파라고 했다. ” 너무 힘들어..” 잘안되는 모양이다. 딴지를 가르쳐주면서 유진까지 하려니 몸도 마음도 버겁다. 옆집 할머니가 주고 가신 그린빈 소분하는걸 해야겠다. 각 지퍼 백에 몇개의 그린빈을 넣고 그리고 다 넣은 그린빈이 몇개인지를 자연스럽게 소분하면서 알게 하고 싶었다. 자연스러운 산수 공부가 아닐까 해서. 대학생 큰딸에게 같이 하라고 하니 제번 따라한다. 숫자를 같이 세고 한 백에 몇개의 그린빈이 들어가는지 유진과 함께 같이 세라고 하니 처음은 하더니 20이 넘어가니 도와주는 대학생과 1학년둘다 지치는듯한다. 얼른 시키는걸 해치우자 라는 태도이다. ” 그게 아닌데…” 니콜이 얼른 다 소분한 그린백을 냉동고에 채워넣는다. ” 유진이랑 같이해..”
같이 함와 보는것의 어려움
같이 하는것이 이렇게 어려운지.. 그냥 잘하는 한 사람이 후닥닥해버릴 일이 ” 같이” 하니 성가시기도 하고 울화통이 치민다. 가장 힘든 점은 아이들이 하는일을 그저 ” 봐주는거다.” 실수할것 같은것도 봐줘야하고 힘들어보이는것도 봐줘야한다. 또한 무엇을 자신이 선택해야되는지도 봐줘야한다. 예를 들면 뒷마당에 상추와고추를 따러 유진이를 데리고 나갔는데, 자신은 고추를 따지않고 밭을 갈겠다고 한다. 어느 밭을 갈아야할지 몰라서 음식물 쓰레기 구덩이를 땅으로 메꾸라고 했더니 가서 한다. ” 아,, 너가 좋아하는걸 찾게 해줘야하는구나..” 참 성가신 과정이다. 아주 쉽게 내가 정해준걸 그냥 따라하면 얼마나 좋을까..

딴지는 뒷마당에 나와서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일을 찾는다. ” 포도 따 먹기” 나도 생각하지 못한 일인데 얼른 가위와 발판을 찾아서 잘 익은것 같은 포도를 따 입에 한알을 넣는다. ” 딴지야, 유진이것도 따줘” 으쓱하면서 어떤거? 하고 동생 입의 만족감을 위해 잘 익어보이느 포도를 따준다. 이런 경험은 실상 나도 해본적이 없다. 포도가 있는 뒷마당도 없었고 어린동생을 위해 잘익은 포도를 골라서 따 줘본적도 없다.
만족감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한것의 만족감은 어떤것하고도 비교할수 없나 보다. 스스로 선택해서 포도를 따서 먹고 , 동생에게도 따서 먹이니 , 분위기가 이렇게 좋을수가. 나도 너무 대견하다.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서 , 잘익은 무화가 하나도 어머니를 위해서 따달라고 하니.. 으쓱하면서 발판을 가져와 따준다. 이렇게 대견하기가. 이걸해라 마라의 실갱이도 없고 각자가 즐겁다.

딴지와 뒷텃밭의 상추를 땃다. 여섯아이중에 가장 작게 태어난 딴지가 어느새 훌쩍 자라서 상추도 제법 잘 딴다. 상추를 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정말? 하고 아이가 이야기하는걸 잘 듣는다. 자연스럽게 너무 잘익어 툭툭 밭에 떨어져잇는 블랙베리를 먹으며 딴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즐겁다.
댓가의 밥상
아이가 따온 상추는 큰 누나가 물로 씼었고 , 딴지는 아버지와 함께 가족을 위해 재워 놓은 고기를 볶는일을 했다. 막내 유진이는 아버지와 텃밭에서 노랗게 잘 익은 옥수수를 따왔다. 저녁으로 따온 옥수수를 먹는다 한다.
딴지와 따온 상추를 가지고 상추 무침을 하고 , 불려놓은 녹두에 뒷마당에서 나오 우거지를 넣고 녹두전을 했다. 이렇게 맛날수가 있을까.

엄마가 힘들어..
딴지가 한시간 넘게 걸리는 다른 공립학교에 갈수잇는 신청을 해달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하니, 홈스쿨링하면 엄마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가슴이 뭉클하다. 오늘 아침에 아침 루틴을 지키지않고 또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게 하고 자기혼자 집안일을 하는 남편과 푸닥거리를 한판했었다. 풀타임 일과 다른 일에 자신들의 홈스쿨링 일까지 하는 엄마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나보다. 마음이 저려온다. ” 그니까, 자식이 최고지.. 남편 나부랑이가 뭘 알아.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속으로 난 내 자식이 최고지..” 나도 모르게 내 맘속에서 옛 할머니들의 구성진 돌림노래 같은 속냇말이 울려퍼진다. ” 내 새끼가 내 속알지..”
푸닥거리를 한 남편이 더 얄미워진다.
이렇게 하루..
이렇게 저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다. 홈스쿨링을 시작하고 난건, 같이 요리하기, 같이 청소하고 같이 산책하고 같이 뒷마당에서 먹을 음식 따오기 등이다. 수학과 영어를 하지않아 은근 마음에 걱정도 있지만, 천천히 하면 되겠지 싶다. 어떻게 하지? 마음속에 큰 부담감으로 자리하는 수학과 영어는 한글자도 하지않았지만, 부엌에 각자의 몫을 하기 위해 아이들이 함께 있다. 타인에게 서포티브한 자세로 가르침을 주지는걸 경험하지 못해본 남편은 모든것이 어색하지만 나름 노력을 한다.

어떤것이 나은가? 공교육에 의지하고 짜여진 시스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를 다그치는것이 나은가? 아니면 해보진 않앗지만 우리만의 질서를 찾아가는 불확실의 하루를 살아가는것이 나을까? 누구에게도 물어볼수있는 질문도 아니고 누군가가 딱히 나에게 정답의 답안지를 줄수있을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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